8월 읽은 책들

지난번 처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질적으로는 훨씬 월등한 독서를 한것 같은 8월. 총 9권 읽었다. 10권 채워서 포스팅을 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읽기로 생각하는게 6권짜리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라 8월안에 다 읽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이렇게 좀 애매한 숫자로 포스팅 한다. 사실 정확한 독서 순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소설/수필/경제경영서 위주로 읽었는데 아직은 역시 전공관련 서적은 읽기 싫다. ㅋㅋ

1. 도가니
저자 공지영 | 출판사 창비

이 책을 잡은 이유는 단순하다. 꽤 오랫동안 눈여겨보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였기 때문. 책 나오고 얼마 안되서는 교보에서 사인회까지 하던데 (아마 한달쯤 전인 것으로 기억) 사람들이 꽤 많이 와서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봤자 2PM 사인회랑 비교가 안되긴 하지만...) 바다안개가 모든 것을 뒤덮는 무진시의 불합리와 모순에 맞서는 주인공의 싸움을 그려내고 있는데 나오는 묘사들이 꽤나 충격적이면서도 충분히 우리네 사회에선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읽었다. 얼마나 몰입을 해서 읽었던지 읽고 나서 꽤 오랫동안 부전공으로 사회학이나 질러볼까 (지금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민을 했을정도의 파괴력이 있었다. 책 내용을 더 얘기하자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 책 말미에 설마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책을 다 읽은지 거의 한달이 되어가는 지금에도 대체 저게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미치겠다. 작가에게 이메일이나 하나 날려볼까 싶다. 사실 이번달에 읽은 9권이 다 이 책의 영향이 크다. 베스트셀러 한 권이 이렇게 좋다면 나머지는 어떨까 싶어서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읽어내렸다. 9월에는 공지영 전집을 독파해볼 생각이다.

2. 서른 이후 50년
저자 오종윤 | 출판사 더난출판사

이건 베스트셀러라서 읽은 건 아니고 요새 인턴/견학을 하고 있는 회사 대표이사님이 선물로 자기 저서를 무려 사인을 해서 주시길래 열심히 읽었다. 주시는데 아니 읽을쏘냐. 근데 다 읽고 보니 읽으라고 준 책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자기 저서니깐 한 권 준듯. 염두에 둔 저자들이 제목에서 나오듯이 삼십대 이후의 직장인들이다.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옜날엔 평균수명이 40이었으니 은퇴를 60에 하자고 나뒀지만 이젠 평균수명이 100살까지 갈건데 옛날처럼 살면 늙어서 거지되니 조심하셈 정도다. 내가 학생인지라 월지출도 크지 않고 월수입은 전무하기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냥 얻을 만한 교훈은 그때되서 준비하면 망하기 쉽상이니깐 은퇴하고 골프치면서 간간이 여행다니면서 자식들에게 손 안벌리고 손주들 용돈 주려면 생각보다 돈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필요하므로 착실히 미리미리 저축/투자를 해둬야 된다는 정도? 언제 할지 모를 직장 생활을 좀 하고 읽으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실 책도 245쪽에 널찍널찍한 활자로 인해 그렇게 내용이 많지는 않다.


3. 부의 기원
저자 에릭 바인하커 | 역자 안현실 |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이것도 마찬가지로 인턴하는 회사에서 읽으라고 던져줬는데 페이지수가 무려 808페이지라 반쯤 울면서 읽었다. 내 기억에 800페이지를 넘어가는 걸 읽은 건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다 인거 같은데 -_-;; 어쨌든 이 책은 금융위기 이전에 쓴 책이기는 하지만 최근 경제학이 여러모로 까이는데 그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걸 다룬다. 나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것 같은데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한동안은 시장은 효율적이라 증시가 춤을 추더라도 랜덤하게 왔다갔다 한다는게 중론이었는데 복잡계 경제학의 시각에서는 그건 아니라는 것. 뭔가 뒤에 배경이 되는 이론이 있기는 한데 너무 복잡해서 아직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아니 그거 대체 뭐하자는 헛소리냐고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무 규칙이 없는 것과 규칙이 있는데 너무 복잡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천지차이다. 경제학의 좀 말도 안되는 가정들(인간은 완벽히 합리적인 존재라던가)을 뒤엎으려는 노력 자체는 가상하기는 한데 거기에 걸맞는 수학적 모델이 아직 뒤따르지 못하고 있어서 이게 주류로 자리를 잡으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것과 관련해서 노벨경제학상을 타는 경제학자가 등장하는 순간 주류로 들어오지 않을까.

4. 현대 축구의 전술 알고 봐야 제대로 보인다
저자 이형석 | 그림 황재웅 | 출판사 사커라인

이건 교보문고 홈페이지 메인에 뜨길래 혹해서 봤다. 나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금방 품절이 되더라. 박지성이 맨유간 이후로 축구를 보기 시작한 초보팬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5년째 유럽축구를 챙겨보는 입장에서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보는게 그럴듯해 보인다 싶어서 읽었는데 잘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현재 유행하는 전술들에 대한 분석뿐만이 아니라 그러한 전술들이 탄생하게된 역사적인 배경까지 자세히 기술하고 있어 균형잡힌 교양서적이다. 한국 작가(기자)가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참고서적들이 죄다 영문이라 살짝 번역체를 보는 느낌이라 불만이 있기도 한데 전체적으로는 깨알같은 글씨로 최근의 유명팀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잘 풀어놨다.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맨유의 4-4-2, 첼시의 4-3-1-2, 리버풀의 4-2-3-1, 아스날의 4-3-3 (아스날은 이번시즌부터 포메이션이 바뀌기는 했다)이 단순한 숫자놀음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전술적 차이가 있다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을 읽고 나서 EPL을 보니 조금은 공만 보는게 아니라 경기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얻은 것 같아 뿌듯하다. 그렇지만 내가 공을 찰 땐 절대 적용이 안될듯... 우리팀은 네덜이 토털사커를 구사할때 잠깐 쓰던 3-3-3-1도 그럴듯 해 보인다. 학교 돌아가면 얘기해 봐야지.

5.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통찰편
저자 박경철 | 출판사 리더스북

이 책도 인턴 하는 곳에서 준 것이긴 한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만한 작가의 포지션이 신기해 금방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하는 것은 한가지다. "개인(개미)가 소액으로 직접 매매를 한다면 정말 금방 망하기 쉽다. 시장보다 더 나은 이익을 장기적으로 낸 사람도 워렌버핏 한 사람밖에 없다. 그런데 니들은 당연히 주식시장에서 일확천금을 해 밑천을 몇백배로 불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나? 니들은 안될거야..." 근데 슬프게도 불편할 정도로 거만하긴 한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너무 그럴듯해서 쉽사리 반박이 되지가 않는다. 가장 먼저 나오는 논리는 모든 분야에서는 "그 분야에 특출난 엘리트 집단이 있기 마련인데 니들은 다들 주식을 하면 대박이 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냐, 주식에도 당연히 더 수익을 잘내는 우월한 집단이 있기 마련이니 차라리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맡겨라 인데" 난 설득을 당해버렸다. 앞으로 내가 직접 매매를 할 일은 거의 없을듯. 사실 고등학교때 모의투자로 단타를 쳐봤는데 그거 정말 사람이 할 짓이 못되더라. 수업시간에도 필기한답시고 노트북 켜놓고 올라라 올라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당연히 수업내용도 안 들어오고 하루종일 올랐을까? 올랐을까? 떨어지지는 않았겠지? (내 돈도 아닌데 말야) 하는 생각으로 피말리더라.

6. 엄마를 부탁해
저자 신경숙 | 출판사 창비

도가니와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라서 집었다. 더군다나 올해 상반기 대한민국 베스트셀러. (어디서 집계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똑같은 출판사구나. 어쩐지 좀 비슷한 편집이다 싶더라. 이건 흑흑흑흑 훌쩍이며 읽었다. 어디서?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_-;; 집에서 봤으면 어헝흐헝헝 하면서 울었겠지만 공공장소에서 그러지는 못하겠고 눈물은 나고 해서 힘들게 읽었다. 딱히 우리 엄마가 생각이 나서 운 건 아니고 책에 몰입을 하다보니 상황이 너무나도 쓰잔해서 울었다. 책을 읽다가 울어본 건 또 처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사람 마음을 강하게 흔드는 책은 충분히 베스트셀러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다섯개의 장으로 나뉘어서 각각 박소녀(작중 엄마 이름이다) 가족의 일원들의 얘기를 다루는데 아예 첫장은 이인칭 시점으로 너는... 너는... 하는데 인상적이었다. 2인칭 시점의 소설은 또 처음이다. 소설속의 엄마 만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어머니를 가진 사람들 대부분을 타겟으로 한 소설이라 이 책을 읽으며 뜨끔하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 같다. 정작 엄마는 내가 대강 스토리를 설명해 주자 가족들이 너무 빨리 엄마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며 화를 냈다. 난 잘해야지.

7. 세상에 너를 소리쳐: 꿈으로의 질주, 빅뱅의 13,140일의 도전
저자 빅뱅, 김세아(정리) | 출판사 쌤앤파커스

베스트셀러기도 하고 전에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을 보았기에 잠실교보에서 읽어보았다. (아무래도 베스트셀러를 차지한건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 출판업계를 소녀팬덤이 장악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앨범 가격이나 이 책 가격이나 그게 그거자나? ㅋㅋ) 300페이지에 육박하기는 한데 내용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게 아니라 한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독파해버렸다. 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무슨 할 말이 많았을꼬 싶어 읽었는데 대부분은 자신의 성격묘사와 연습생 시절의 이야기다. 한명 한명 키워드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자세히 기억은 안난다. 올 초에 나온 책인 것 같은데 G-Dragon의 표절논란 (내가 보기엔 확실한 표절이다.)이 있은 다음이라 또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읽었다. 권지용 부분은 자신이 작사작곡에 꽤나 소질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판단은 알아서들 하시길. 난 사실 표절이든 말든 노래만 좋으면 상관은 안하는데 천재드립치는건 꼴사납다. 책 전체적으로 그닥 깊이는 없지만 (20대 초반에게 삶의 깊이를 요구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긴 하다.) 삶에, 노래에 대한 열정의 뜨거움은 활활 느껴져서 읽고 나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빅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었을 경우 꽤나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는 책이다.

8. 여보 나좀 도와줘
저자 노무현 | 출판사 새터

뭐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故 노무현 대통령의 고백 에세이집이다. 5월 즈음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때에 급작스럽게 베스트셀러에 올랐길래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뒤에 쓴 글인가 했더니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마한지 2년 후인 94년에 쓴 글이다. 뭐 근데 15년전의 글이라고 해서 인간 노무현이 어디 변하는 것도 아니고 아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들을 하였는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글로서는 가치가 높다. 다 읽고 나니 인간 노무현에 대한 이해도가 한참 높아진 것 같다. 타고난 싸움꾼이라는 점도 설명이 그럭저럭 되고.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 프레리형의 아버님의 역사 강의를 들었기에 좀 더 쉽게 받아들인 것일 지도. 재미있는건 이 책이 발간된 때가 YS가 DJ를 대선에서 이기고 DJ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지 2년째라는 점이다. 둘다 고인이기는 하다만 노무현은 김대중이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 참으로 잘 한 선택이자 위대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 적으면서 절대 그 은퇴를 번복해서는 안된다고 적었다. 그 이후의 역사는 다들 알듯이 DJ가 돌아와 노벨평화상까지 탄다. DJ가 다시 정계에 돌아온다고 했을때 노무현은 대체 뭐라고 말을 하였을까 궁금해진다. 대통령직을 수행한 이후의 회고록이라면 더 가치가 있었을 테이지만 뭐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만 하다.

9. 머니 사이언스
저자 윌리엄 파운드스톤 | 번역 김현구 | 출판사 소소

표지에 나와있는게 켈리 공식이라는 G_max = R이다. 대충 확실히 믿을 수 있을 만큼만 베팅을 하면 그 베팅이 도박이든 경마든 주식이든 안정적인 수익(파산할 위험이 0이다.)을 낼 수 있다는 이론인데 주류 경제학에선 배척을 하고 있단다. 이 간단한 (수학적으로 써먹기는 힘들다.) 공식이 역사가 지나면서 어떻게 발전을 해왔는지를 경마에서 블랙잭으로 그리고 헤지펀드의 이야기를 써나간다. 온갖 마피아들이 연루된 도박/경마와 주식시장이 연이어 나오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그럼 주식은 도박수준의 위험성과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기준에서 보자면 아마 맞을 듯 하다. 난 아무래도 내가 돈이 많이 생기면 그걸 내가 직접 굴리느니 믿을만한 펀드 몇군데에 나눠 분산투자를 하는게 나을듯 하다. 사실 부의 기원과 시골의사 책과 큰 골조에서 다를 바가 없는 이야기이지만 부의 기원은 꽤나 이론적으로 제시를 하고 있고 시골의사는 거만하게 거 하지 말라니깐 왜 자꾸 해라는 입장인데 이 책은 좀 긴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아 재미있다. 솔직히 갱단이 엮인 이야기 중에서 재미가 없는게 어딨나. ㅋㅋ 대부 1,2도 HBO의 소프라노스도 한결같은 명작인데.

by 미카 | 2009/08/29 02:29 | 학교생활/잡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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